이길 수 있는 제안에만 참가하라 – RFP에서 숨은 비밀 찾는 법

이제 독자들은 이 실장을 비롯한 그 팀원들과 함께 하면서 기획서나 제안서 작성을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배웠다. 이만하면 기본기도 마인드도, 고객 이해 및 방법론도 충분히 배운 셈이다. 팀원들이 훈련 받는 방법과 같은 방법으로 하나 하나 배워 왔다. 그래도 부족하다면 이제 직접 제안서를 써보는 것이 절차상 남은 마지막 순서일 것이다.

팀원들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이론과 실전은 다르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 연습의 땀 한 방울이 실전에서의 피 한 방울과 같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이 실장에게 남은 훈련 과제가 있다면 이제 같이 제안서를 쓰면서 세세한 모든 것을 몸소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한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제안 성공의 첫 단계는 이길 수 있는 게임을 선별하는 것이다. RFP의 참가 자격, 구축 환경, 솔루션 요구사항에 숨은 법칙을 파악하고, 승산 없는 제안은 과감히 포기한다. 게임의 비밀을 읽는 실전 분석법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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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실장님, OO진흥원에서 제안 요청서가 발행되었어요. 제안서 마감은 다음 주 금요일입니다.”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서 공공 기관 제안 기회를 찾아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입찰 기회를 예의 주시하고 있던 최 과장이 용케도 OO진흥원의 제안 요청서를 입수했다. 사실 입수라는 말은 적합하지는 않다. 기관의 웹 사이트나 조달청 사이트 등에 매번 공고가 발행되는 것이니 제안 요청서 입수라는 단어는 어불성설이다. 반면 제안을 진행하는 팀원의 입장에서는 의미 깊은 단어일 수밖에 없다.

참가하는 데 의의가 있다는 올림픽 정신은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한 번의 제안에 작게는 수 백만원 많게는 수 억의 예산을 투입되는 제안 요청에 다 대응하기도 현실적으로 여러울 뿐 아니라 좋은 제안서가 반드시 채택된다는 공식이 항상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길 수 있는 게임이 아닌 경우에는 참가하지 않는 것이 비용을 줄이고 수주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공정한 게임의 법칙이 적용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옳다. 이길 수 있는 게임에만 참가한다는 것이 이 실장의 지론이다.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이 실장은 어떤 압력에도 제안 기회를 포기한다. 연습이 필요한 기업이라면 이런 기회도 필요할지 모르겠으나 이 실장의 감각이나 영업 정보는 언제나 승패 여부를 먼저 저울질한다.

“최 과장, OO진흥원 제안에는 우리 참가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다른 기회를 더 찾아보죠.”

이 실장이 얼마간 제안요청서를 꼼꼼히 검토하더니 최종적으로 팀 회의에서 공표한다. 최 과장은 기가 찰 수밖에 없다. OO진흥원에서 요청한 제안 내용은 ‘우리가 제격이다’라고 해도 좋을 컨설팅 과업 범위가 설정되어 있고 구축은 외주업체가 맡아서 진행하면 그만인 최고의 ‘먹잇감’인데, 이 실장이 과감하게 제안 기회를 포기하겠다고 하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최 과장의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과는 달리 경험 많은 임 차장은 나름대로 제안 요청서를 검토하더니 고개를 끄덕거린다. 이 게임에 참가하는 경우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이라는 것을 임 차장 역시 금세 눈치를 챈 모양이다.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이라면 반대로 경쟁사 중 누군가는 반드시 이기는 게임을 하고 있다는 뜻인데, 그 비밀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것일까?

게임이 오픈되고 게임에 초대 받는 공식적인 문서를 우리는 RFP(Request for Proposal) 즉, 제안 요청서라고 부른다. 제안 요청서는 주로 발주업체의 기업에 대한 개요, 의뢰하고자 하는 기업의 정보기술 환경, 프로젝트에 대한 개요, 아웃소싱 관계에 대한 요구사항, 제안서 작성 요령 및 평가 기준, 기타 안내사항 등이 언급되어 있는데 숨은 비밀은 이 제안 요청서 곳곳에 숨어 있다.

이 실장이나 임 차장이 제안요청서를 접수한 후 제일 먼저 진행하는 것은 이처럼 숨은 비밀을 찾는 작업이다. 경험으로 보아 제안 요청서에 언급되어 있는 게임의 법칙이 특정 경쟁사에 유리하도록 만들어져 있다면 이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1)최고의 제안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강수를 두거나 또는 2)게임에 참가하지 않는 것이 정답이다.

“이 실장님, 그런 비밀이 어디 있어요? 만만한 제안서 내용인데요?”

최 과장의 공격이 날을 세운다. 이 실장은 매 사례를 통하여 제안 요청서를 해석하는 법도 팀원에게 하나씩 일러준다. 이러한 해석은 매 사례를 통해서 배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 과장, 제안업체 자격에 관해서 읽어봤어? 여기 다시 자세히 읽어봐. 과업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제안업체 자격에 대한 기본 검토가 우선이야.”

📌 OO진흥원 제안업체 자격

가. 소프트웨어 개발 촉진법 제7조 또는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제24조에 의거 소프트웨어 사업자로 신고된 업체
나. 학생 1만명 이상의 대학 통합정보 시스템 구축 경험이 있는 업체

“여기 자세히 봐. 제안 업체 자격은 학생 1만명 이상의 대학 통합정보 시스템 구축 경험이 있는 업체만으로 제한되어 있잖아. 우리도 대학의 학사행정관리 프로세스 컨설팅을 수행한 경험이 있지만 구축 경험은 없잖아. 이 프로젝트는 컨설팅 프로젝트보다는 구축에 더 무게 중심을 두고 있어. 최 과장이 처음에 생각했던 컨설팅을 진행하고 이후 구축을 파트너사와 진행하는 구도가 애초에 성립이 안되는 것이지. 제안을 진행하더라도 우리가 핵심이 아니라 구축업체가 우리를 초대해야 하는 상황이야.”

이 실장은 제안에 참가하지 않기로 결정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아예 다른 사례도 더불어 알려 줄 생각으로 책상 한 쪽에 밀쳐 둔 OO생명 제안 요청서를 펼쳐 든다.

📌 OO생명 제안 참가 자격

가. 제안 설명회에 참가한 업체로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시행령 제17조에 의해 소프트웨어 사업자(시스템 통합 부문:SI)로 신고한 업체
나. 본 사업의 수행이 가능한 전문성을 가진 업체로서 최근 2년간 단일 사업으로 10억원 이상 구축 실적 보유업체
다. 제안 참가 자격을 갖춘 업체를 주체로 한 컨소시엄으로 참여 가능

위 제안 요청서 참가 자격 사례에서 비밀을 찾아보자.

우선 제안 설명회에 참가한 업체만이 제안의 자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제일 먼저 선행되어야 할 조사는 어느 기업이 제안 설명회에 참가하였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이후 최근 2년간 단일 사업으로 10억원 이상을 구축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라는 단서는 대형 SI 기업에게 승산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며, 다항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프로젝트의 성격상 대형 SI 기업이 모든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점도 넌지시 암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나항의 조건을 보유하고 있는, 선행 영업이 완료된 SI 기업과 제안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참가하는 것이 게임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방안임을 드러낸다. 결국 이러한 대안을 찾아 내기 어렵다면 무리하게 특정 기업과 컨소시엄을 맺어 제안 작업을 진행하는 것은 이기는 게임에서 멀어지는 선택이 될 것이다.

“이제 알겠어? 그런데 게임의 비밀이 항상 이렇게 쉽게 드러나는 것은 아니야.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경우도 많아. 게임의 비밀이 참여 솔루션이나 구축환경에 숨겨져 있는 경우가 그래. 게임의 비밀이 사전 영업을 진행한 업체에 의한 비밀 병기이거나 또는 제안 요청서를 발송한 기업 내 자생적으로 많은 학습과 고민 이후 반영된 결과이거나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 최소한 게임의 비밀을 이해하고 제안에 참가해야만 그나마 제안에서 승리할 수 있는 확도를 높이는 방안이야. 지난 달에 수주한 교육 사이트 OO 알지? 여기 그 제안서 구축 환경 부분 읽어봐.”

📌 교육 사이트 OO프로젝트 시스템 구축 환경

가. 통합 학습 관리 시스템은 향후 콘텐츠 서비스 표준 모델(SCORM을 고려하고 있음) 적용을 고려하여 구축함
나. ASP와 닷넷의 혼합 환경 하에서 효율적 관리가 가능한 개발 환경을 구축함

OO프로젝트는 비록 수주는 했으나 이 실장이 가장 힘들게 제안을 진행했던 경우다. 이 실장이 제안에 참가를 결정하기는 했지만 사실 이 실장도 시스템 구축 환경이 발목을 잡는 게임의 비밀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아 차렸다. 이 경우는 기업 내 자생적으로 많은 학습과 고민 이후 작성한 제안 요청서인 바, 일반적인 경우보다 시스템 구축 환경과 솔루션 요구사항이 구체적인 제약사항이 많았던 경우이다.

게임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가항과 나항에 언급되어 있는 무기 즉, 해당 솔루션 중 가장 성능이 뛰어난 제품을 시장에서 경쟁사보다 얼마나 빨리 찾아 내어 우리 편으로 만드는가에 승산이 좌우된다. 특히 이러한 솔루션이 하나가 아닌 다수의 솔루션으로 구성되는 경우에는 그 복잡성이 매우 높고 난해하다. 제한된 기간 내 제안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제약 조건을 가장 빨리 풀어내는 제안사가 결국 승리를 이끌어 내게 된다.

이러한 게임의 법칙을 무시한 채 제안을 진행하다 제안 단계의 마지막까지 해당 솔루션을 찾지 못하거나 경쟁사가 이미 선점하여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마무리 단계에 와 있는 제안서를 버리지도 제출하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제안의 승리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요구되는데, 선택과 집중의 대상을 판단하는 기준은 이길 수 없는 게임에는 참가하지 않는 것이다. 이길 수 있는 게임에만 참가하더라도 승률이 높지 않은데 굳이 이길 수 없는 게임에 참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제안 요청서에서 게임의 법칙을 파악하고 그 법칙을 준수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것은 제안 작업을 시작하기 전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단계이다.

이 실장의 경우 전체 제안 기간 중 길게는 이틀 정도 이와 같은 게임의 법칙을 찾아 내는 과정을 거치며 이후 제안서 작성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핵심 정리

  • 제안 승리의 핵심은 이길 수 있는 게임만 선택하는 것이다. 참가 자격, 구축 환경, 솔루션 제약 조건을 먼저 분석해 승산을 판단한다.
  • RFP에는 특정 경쟁사에 유리한 게임의 법칙이 숨어 있다. 제안 요청서의 참가 자격과 시스템 구축 환경을 면밀히 검토해 숨은 비밀을 찾아낸다.
  • 승산 없는 게임은 과감히 포기하고 선택과 집중으로 승률을 높인다. 제안서 작성 전 최소 이틀간 게임의 법칙을 검증하는 선행 작업이 필수다.

👉 다음 글 읽기 : 무엇으로 제안에서 승부할지 정하고, 명확한 목차로 스토리를 완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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