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목적을 분명히 하라 – So what? vs. Why so?
기획서를 쓰기 전에 먼저 물어라. 이 기획의 목적이 무엇인가? 수주용 제안서인가, 내부 승인용인가? 문제를 발견하는 것인가,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인가? 목적이 다르면 접근법도 달라진다. So-what과 Why-so가 그 차이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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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금요일 오전 8시에는 임원회의가 소집된다. 지난 주에 벌어진 일을 보고하고 이번 주에 해야 할 일을 논의하는 자리이다. 오늘의 안건은 ‘신규 솔루션 사업 기획’과 ‘자사 내부 역량 강화 방안’에 대한 논의다. 안건은 정해졌지만 누가 기획서를 작성할 것인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전략기획실장이 맡아서 진행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전략기획실은 사실상 구멍 난 모든 업무를 처리하느라 전략기획실 본래의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더욱이 전략기획실은 거창한 이름과는 달리 기획실장 혼자 일하는 부서이다.
임원 모두의 눈길이 이 실장을 향한다. 분위기를 눈치 챈 대표이사의 눈길 역시 이 실장을 향하고 있다. “이 실장님, 컨설팅 팀원들요, 컨설턴트가 꼭 외부 고객사만 컨설팅하라는 법 있습니까? 이번에는 내부 고객인 자사 컨설팅을 해주시죠.” 대표이사의 주문은 신규 솔루션 사업 기획 프로젝트를 외부 고객사의 의뢰를 받아 진행하듯 자사를 대상으로 기획서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이 실장이 거절할 명분이 없다. 잘 할 수 있는 일이고 당장 팀원이 부족할 만큼 프로젝트가 밀려 있는 상황도 아니다. 어려운 주문을 했다고 생각한 대표이사는 아예 한꺼번에 지시할 생각이다.
“이 실장님, 어차피 할 일인데 ‘내부 역량 강화 방안’에 대한 기획도 같이 해주세요.”
대표이사의 지시를 받은 이 실장은 이 두 기획서를 만드는 일을 실전 훈련처럼 진행할 계획이다. 실전 훈련이지만 예전처럼 한장 한장 사소한 부분에까지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이미 기본기를 충분히 학습했다고 판단되니 이번 실전 훈련은 팀원 스스로 답을 찾아 나설 수 있도록 오히려 내버려 둘 생각이다. 잠시 동안 컨설턴트가 아닌 회사 내부 사업 기획을 하는 전략기획실 파견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겠다.
이 실장은 박 주임과 차 주임을 불러 업무를 한 가지씩 나누어준다. 박 주임에게는 회사의 ‘신규 솔루션 사업 기획’을, 차 주임에게는 ‘내부 역량 강화 방안 기획’을 지시하였다. 회사 내부의 일이니 폼 내는 내용보다는 구체적인 실천 계획을 설정하도록 간단한 힌트만을 주었다.
기획의 목적을 분명히 하라
오후가 되자 박 주임과 차 주임이 함께 이 실장을 찾았다. 아무런 구체적인 지시 없이 기획안을 만들어 오라는 이 실장에게 서운한 마음이 있는 것 같다.
“실장님, 기획안을 어떻게 만들죠? 컨설팅 제안서를 작성하는 것과 무엇인지 느낌이 다른데 정확하게 모르겠어요.”
이 실장이 되묻는다.
“기획의 방향성이나 스토리라인에 대해서 고민해 봤어요?”
“해결안이 머리속에 떠도는데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차 주임이 투덜거렸다.
신입사원인 박 주임과 차 주임은 이 실장에게 컨설턴트의 기본 훈련을 받았으나 내부 기획의 방향성을 쉽게 결정짓지 못하고 있다. 아마 같은 내용의 제안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하였다면 사업의 이해와 방법론으로 제안서를 작성하였을 것이고, 수주를 하여 프로젝트를 수행한다면 제안된 방법론에 따라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실장은 내부 기획 접근 방법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회사에서 기획안을 작성하는 경우에는 기획의 목적을 먼저 결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수주를 위하여 제안서 형식으로 제출하는 기획인지, 마케팅 에이전시가 프로모션을 위하여 작성한 기획인지 또는 내부 승인을 위해 작성하는 기획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수주를 위하여 제안서 형식으로 제출하는 기획은 우리는 이미 충분히 연습을 했죠. 마케팅 에이전시의 기획 방법은 우리 분야와는 달라서 제가 설명하지는 않았어요. 지금 두 사람이 기획해야 하는 것은 내부 승인을 위해서니까 대표이사의 지시를 받아서 진행하는 기획서입니다. 두 사람이 작성하는 기획서의 목적이 보고와 승인에 있다는 겁니다.”
기획서의 목적이 보고와 승인에 있다는 이 실장의 답변은 박 주임 생각에는 뻔한 말이다. 분명 두 사람은 대표이사의 지시를 받아 기획서를 고민하고 있고 또 최종적으로 대표이사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저렇게 당연한 말을 하는 것일까? 이 실장의 답변이 만족스럽지 않다.
차 주임 역시 이 실장이 엉뚱한 답변을 한다고 느끼고 있다. 우리는 지금 기획서를 어떻게 작성해야 할지 묻기 위해서 왔는데, 난데없이 기획의 목적을 늘어놓고 있으니 그 뜻을 모르겠다.
어리둥절한 두 사람의 표정에 이 실장은 다소 실망스럽다는 듯 반말투로 바꾸어 설명하기 시작한다.
“그러니깐 말야, 지금 설명한 기획의 목적으로 본다면 이번 기획은 두 사람 모두 내부 승인을 위한 것이지. 예전에 배웠던 수주를 위한 기획 생각나지? 지금까지 훈련했던 기획 방법은 수주를 위한 것이었어. 내부 승인을 위해 작성하는 기획에는 회사 소개나 부서 소개, 관리 방법론이나 프로젝트 수행 방법론 등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 오히려 프로젝트를 내부에서 진행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기획서를 만들면 되는 거야.”
박 주임과 차 주임은 이제 조금 이해가 되기는 하나 그 정도라면 이미 어렴풋하게는 생각하고 있던 내용이다. 그보다는 더 구체적인 지시가 필요하다. 이 실장은 다른 각도에서 기획의 목적을 설명한다. 말투는 다시 부드러워진다.
“두 사람 과제 모두 내부 승인을 위해 필요한데, 접근 방법은 다릅니다. 박 주임의 ‘신규 솔루션 사업 기획’은 ‘So-what’이 필요합니다. 신규 솔루션은 이미 회사 내부적으로 확보되어 있습니다. 신규 솔루션 도입 필요성을 묻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도입된 신규 솔루션을 어떻게 영업할 것인지를 묻는 것입니다. 지시를 내린 대표이사는 어렴풋이 현재의 문제점을 알고 있어서, 이 기획을 통해 문제의 발견보다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과 실행 과제를 담아 내는 것이 기획의 방향이라는 겁니다. 그러니깐 박 주임은 기획을 왜 하는지 목적을 먼저 생각하라는 뜻입니다.”
박 주임의 기획 방향은 ‘So-what’ 즉, 과제에 대한 대답을 추출하는 작업이 우선이다. ‘So-what’은 컨설턴트가 고객에게 자주 받는 질문이며 동시에 컨설턴트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라는 의미인 ‘So-what’이라는 단어를 고객으로부터 듣는다면 컨설턴트가 제출한 산출물에 치명적인 결함인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담겨 있지 않다는 의미다. 즉, 박 주임의 기획은 구체적인 추진 전략과 세부적인 실행 계획 수립이 중요하다. 이 실장은 차 주임의 과제에 대해서도 마저 설명한다.
“차 주임의 과제는 다르지. ‘내부 역량 강화 방안’은 내부의 문제점을 모르니 역량 강화 방안도 모르는 것이거든? 그렇다면 ‘Why-so’가 기획 방향이 되지. 결론의 타당성이 데이터 혹은 분석 결과에 의해 검증되는 작업이라는 뜻이야. ‘Why-so’가 도출되면 다시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So-what’으로 돌아와야 해. 박 주임의 일보다 양이 2배 더 많은 과제라는 뜻이야. 다른 사람의 표현을 빌리자면 박 주임의 기획서는 문제 해결형이고 차 주임의 기획서는 초반은 문제 발견형, 후반은 문제 해결형이 되는 것이지.” ‘Why-so’ 역시 컨설턴트가 고객에게 자주 받는 질문이자 컨설턴트 스스로에게 되묻는 단어로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라는 의미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컨설턴트가 제시하는 산출물은 왜 그러한 결과가 도출되었는지 사실에 기초한 근거를 제시하여야 함을 의미한다.
박 주임과 차 주임은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이제 설명을 들었으니 제안의 목적과 방향성을 나름대로 정리해야 할 시점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박 주임의 주제인 ‘신규 솔루션 사업 기획’은 문제 해결 방안과 실행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제안의 목적이자 방향성이다. 반면 차 주임의 과제인 ‘내부 역량 강화 방안’은 문제 발견형이면서 동시에 문제 해결 방안과 실행 계획까지를 담아야 제안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핵심 정리
- 기획서를 쓰기 전 먼저 기획의 목적을 분명히 하라. 수주용인가, 내부 승인용인가에 따라 접근법이 완전히 다르다.
- So-what(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가)은 문제 해결형 기획이다. 문제는 이미 알고 있으니 구체적 실행 방안이 핵심이다.
- Why-so(왜 그런가)는 문제 발견형 기획이다. 문제가 무엇인지 찾고, 그 다음 So-what으로 전개한다.
- 목적이 정해지면 방향이 보인다. 기획의 목적을 먼저 정의하지 않으면 엉뚱한 기획서를 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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