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필요한 사항만 꼭 필요한 만큼 전달하라 – 30장을 3장으로 압축하는 방법

3장 제안서 작성 요청을 받은 팀이 S-C-R 방법론으로 핵심 메시지를 압축하는 과정을 다룬다. 현황-문제-해결 구조로 30장을 3장으로 정리하고, 로비스트용 자료는 1분 멘트로 재구성한다. 독자 특성에 맞춘 메시지 설계 원칙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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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먼저 읽기 : 제안서 핵심 메시지 정렬법 – 2차 제안 검토 방법

“실장님, 문제가 생겼어요.”

차 주임이 무엇인가를 손에 들고 이 실장을 찾는다. 한참 제안에 집중하고 있을 시점에 문제라니. 그러나 차 주임의 얼굴을 보니 심각한 얼굴인지 뭔가 좋은 일이 있는 것이지 분간하기 어렵다. 문제라는 것이 안 좋은 소식이라기보다는 어떤 변동사항이 생긴 듯싶다.

“사장님께 다녀 왔는데요, C그룹에서 웹사이트 통합 전략 컨설팅을 받고 싶다고 제안 요청이 왔어요. 그리고 지금 진행하는 OO카드 건요, 사장님께서 아시는 분이 있다고 로비를 하고 싶대요. 간단한 자료를 만들어 달라고 하십니다. 그 분은 퇴역장군 출신이랍니다. OO카드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관련 자료를 보내 달라고 요청하셨어요.”

차 주임의 설명이 이어지고 이 실장은 갑자기 제기된 두 가지 이슈를 이제 정리해야 한다. 이 실장은 차 주임에게 C그룹의 제안 요청서를 받아든다. 제안 요청서는 단 2장의 공문 형식에 압축되어 있는데, 제안 요청 형식이 특이하다.

‘제안서는 단 3장으로 제출하되 기간은 3일, 그리고 3장으로 구성된 제안서가 통과되는 경우 2차 제안서를 받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실장은 지금까지 수 년간 제안서를 작성하면서 고객사에서 먼저 3장으로 제안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적은 처음 겪는 일이다. 아마 앞으로도 이러한 사례는 없을 것이다. 필요에 따라 이 실장이 필요한 만큼 정리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러한 경우는 없었다.

이 실장은 업무 분장을 다시 해야 한다. 마침 프로젝트를 마치고 이제 막 복귀한 현 차장에게 C그룹 제안을 맡기기로 한다. 그리고 OO카드 제안서에 들어갈 방법론이 먼저 마무리되어 시간적 여유가 있는 최 과장으로 하여금 로비건을 처리하도록 할 생각이다. 이 실장은 현 차장과 최 과장을 불러 배경을 설명하고 업무 지시를 내린다.

현 차장 역시 ‘3장으로 제안서를 제출하라’는 경우는 처음 당하는 일이다. 그러나 현 차장은 당황하지 않고 언제나처럼 농담으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든다.

“포인트 5로 해서 꽉 눌러 담을까요?”

이 실장 역시 박장대소하지만 3장짜리 제안서 작성이 30장짜리 제안서 작성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고민하던 이 실장은 몇 가지 원칙을 되새겨본다. 핵심 메시지만을 정렬해야 하고, 물 흐르듯이 작성해야 하며, 한 장에 메시지 하나만 담겨야 하는데 워드 3장도 아니고 PT 3장으로만 작성하라면…?

만약 워드 3장이라면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제안서 전체 스토리라인을 정리하면 워드 수 페이지에 압축될 수 있다고 이 실장은 자주 언급해 왔다. 따라서 워드 3장으로 작성하는 것이라면, 제안서 전체 스토리라인을 잡고 핵심 메시지를 정렬하면 쉽게 끝이 나는 일이다.

반면 PT 3장이라면 워드 양식과는 분명히 다르다. 워드는 한 장에 한 메시지를 담지는 않는다. 반면 PT는 한 장에 한 메시지를 담아야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고민하던 이 실장과 현 차장은 원점에서 다시 출발해 보기로 했다. 그들 앞에 놓인 과제는 이렇다. 먼저 C그룹의 현황을 담아야 하고, 현황에서 문제점과 개선 과제가 도출되어야 하며 이 개선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제시되어야 함이 본 제안의 큰 줄거리이다.

‘S-C-R 방법론!’

두 사람은 그렇게 되짚어 보다가 결국 딱 들어맞는 제안 방법론을 찾아 냈다.

첫 페이지는 ‘S(Situation)’ 즉, C그룹의 현황을 설명하는 장을 작성한다. 두 번째 장은 ‘C(Complicaiton)’ 즉, C그룹의 문제점과 개선 과제를 설명한다. 마지막 페이지는 ‘R(Resolution)’ 즉, 개선 과제 달성을 위한 우리의 접근 방법과 솔루션을 제시한다.

정확하게 모든 것이 들어 맞는다. 이렇게 정리하면 전체 3장의 제안서가 물 흐르듯이 작성되며, 한 장에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도 전달하고 싶은 모든 내용이 담긴 제안서가 만들어지지 않겠는가?

이 실장은 현 차장에게 S-C-R을 사용하는 간단한 방법을 설명하고 현 차장은 지체하지 않고 바로 메시지 작성에 들어간다. 이로써 OO카드 제안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하나의 이슈를 해결했다.

최 과장 역시 로비스트에게 보낼 문서를 완성했다. 로비스트의 특성상 직접 만나서 내용을 설명할 시간이 없다. 팩스로 몇 장 작성해서 송부하라는 요청이었으니 팩스 표지 뒤에 최 과장이 작성한 문서를 별첨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다. 최 과장이 작성한 워드 양식은 깨알 같은 글씨로 서너 장에 해당하는 제안의 특장점과 우리가 잘 할 수 있다는 확신, 증거 그리고 본 프로젝트의 성격 등에 대해서 잘 설명하고 있다. 이미 작성한 제안의 스토리라인을 좀더 간략하게 재구성한 형식에 가깝다.

하지만 이렇게 구성된 최 과장의 문서는 이 실장의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최 과장의 문서 구성 양식이 허술하거나 논리의 빈틈이 있기 때문은 결코 아니다.

이 실장은 최 과장에게 아직 이해되지 않는 로비스트의 생리를 간단하게 설명한다.

“최 과장, 그 로비스트 말야, 바빠서 만날 시간도 없으니 팩스로 보내 달라고 했거든? 그 분 나이가 이제 70이 넘어서 작은 글자는 잘 보이지도 않아. 그리고 그 분은 e-비즈니스에 대해서 잘 아시는 분도 아냐. 단지 우리 회사와 인연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그 일을 잘 할 자신이 있으면 도와주고 싶어하시는 거지. 그렇다면 우리가 전달해야 할 내용은 제안 내용 요약이 아니라, 그 로비스트가 OO카드 사장님을 만났을 때 우리 회사를 잘 봐달라는 멘트를 우리가 작성해주는 것이지. 그렇다면, 금번 프로젝트의 성격이 무엇인지, 우리 회사는 어떤 회사인지, 그리고 왜 우리가 그 일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등을 설명해야지. 제안서를 요약하는 것이 아니라 제안서는 잘 완성이 될 테니 같은 값이면 믿을 수 있는 우리 회사에 일을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란 말야. 그래서 글자도 크게 14포인트 정도로 작성하고, 어려운 단어는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우리 회사의 강점과 제안의 강점도 압축해서 몇 줄로만 작성해야 해. 로비스트도 체면이 중요하거든. 아마 OO카드 사장님과 식사를 마치고 일어서는 자리에서 1분 정도 이야기를 할 거야. 즉, 우리가 작성해서 보내는 팩스 내용은 1분을 넘어서는 안돼.”

👉 로비스트를 양성화하자. (김농주 연세대 취업담당관)

로비스트라는 직업은 원래 특정 회사가 특정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도록 대외적인 섭외 업무를 대행해주는 일을 뜻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로비스트 하면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많은데 이는 이 직업이 공식화되지 못한 데 기인하고 있다.

본래적 의미의 로비스트는 전문직업인이라 할 만하다. 그들의 무기는 우선 심층 정보다. 해당 프로젝트와 관련한 고급 정보를 의뢰 기업에 제공한다. 또한 프로젝트 발주처 공무원들에게도 업계 동향 등 수주처 확보를 위한 정보를 제공한다. 결국 제대로만 작동된다면 순기능이 적잖은 직업이다.

미국에서는 1946년 연방로비규제법(The Federal Regulation of Lobbying Act)의 제정으로 로비스트라는 직업이 양성화되어 있다. 미국에서는 각 지방정부·연방의회 주변에 로비스트들이 포진, 사무실을 차려놓고 드러내놓고 비즈니스를 한다. 이들은 해당 프로젝트 발주 책임자들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당당하게 만난다.

건설·무기 구매·화학·정보기술·교통·국제 협력·금융 제도·교육·기계·전자 등 각 분야마다 전문 로비스트들이 있다. 미국 워싱턴·뉴욕 등 정치 경제 중심지에는 정식 등록된 로비스트 중 고액 연봉자들이 수두룩하다. 클라이언트 기업들이 이들에게 업무용 고급 리무진을 지원하기도 한다.

또한 로비스트가 되는 길도 험난하다. 민간 조직·정부 등에서 오랫동안 일해서 한 분야에서 전문 지식과 커리어를 겸비한 사람만이 로비스트가 될 수 있다. 프리젠테이션 능력도 훌륭해야 한다.

이들에게는 자국의 이익을 절대로 해치지 않을 것과, 로비 중에 알게 된 비밀을 함부로 공표하지 않을 엄격한 직업 윤리가 요구된다.

* 자료: ECONOMIST 622호 (2002. 1. 29)


핵심 정리

  • S-C-R 방법론은 현황(Situation)-문제(Complication)-해결(Resolution) 구조로 제안서를 압축하며, 3장 제약 속에서도 핵심 메시지를 물 흐르듯이 전달할 수 있는 효과적인 프레임워크다.
  • 30장 분량을 3장으로 압축할 때 워드와 PT는 다르게 접근해야 하며, PT는 한 장에 한 메시지 원칙을 지켜 각 페이지가 명확한 메시지를 담도록 설계한다.
  • 로비스트용 자료는 독자 특성에 맞춰 14pt 큰 글씨, 쉬운 단어, 1분 멘트로 압축하며, 제안서 요약이 아닌 실제 상황에서 활용 가능한 멘트 형태로 작성한다.

👉 다음 글 읽기 : 크레덴셜로 자격을 증명하고 제안서 에디팅으로 완성도를 높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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