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의 첫 조건은 자신감이다 – 겸손한 척 말고 전문가처럼 시작하라

“제가 잘 모르지만”이라는 겸손한 인사말은 프리젠테이션을 망친다. 청중은 이미 반대 마인드로 무장한 상태다. 자신감 없는 시작은 청중 이탈을 부른다. 전문가 포지셔닝으로 시작하는 법, 위기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유지하는 실전 원칙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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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실장은 왜 차 주임이 서둘러 무대를 내려 오도록 만들었을까?

차 주임의 발표 전 인사말과 설득형 프리젠테이션이 무슨 관계가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크게 잘못한 것이 없어 보이는데… 다른 팀원들 역시 차 주임과 더불어 당황하고 있다.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아직 아무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이 실장이 설명한다.

“설득형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할 때와 정보 전달형 프리젠테이션을 전달할 때 청중의 태도가 분명히 다릅니다. 정보 전달형 프리젠테이션은 그 내용이 뭔가 듣는 사람에게 이점이 있습니다. 정보 전달형이니 뭔가 배워 가는 게 있기 때문에 모두 내용을 숙지하려고 노력합니다. 반면에 설득형 프리젠테이션의 청중은 그 반대입니다. 청중에게 도움되는 것은 하나도 없을 수 있습니다. 청중은 일단 프리젠테이션 시작 단계부터 반대의 마인드로 중무장하고 앉아 있거나 트집을 잡는다거나 또는 논리적 모순을 지적하여 자신의 지적 수준을 알리고 싶거나 아니면 무언가 내게 해로운 것은 없나 등 다양합니다. 결국 설득형 프리젠테이션이 진행되는 순간은 듣는 청중 대부분이 ‘발표 내용 중 내게 해당되는 내용만을 듣겠다’라고 굳게 각오하고 자리에 있는 것과 별 차이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발표자는 ‘나는 이 청중들을 설득하여 내가 필요한 것을 얻겠다’라는 입장이고 청중은 ‘내가 들어야 하는 내용만 듣겠다’라는 입장이죠.”

이 실장의 설명은 좀 지나친 면이 있다. 하지만 이 자리는 팀원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자리이지 멋진 미사여구로 외부 강의를 하는 자리와는 다르다. 이 실장의 설명을 쭉 듣다보니 팀원들은 차 주임이 왜 무대를 금세 내려와야 했는지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한다.

설득형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 자신감이다. 충분히 들을 가치가 있는 내용을 전문가의 입장에서 설명하겠다는 분위기가 아니라면 이미 프리젠테이션은 반은 망가진 채로 시작하는 것과 다름없다.

“제가 잘은 모르지만…”
“어제 밤에 늦게 잠이 들어 목소리가 좋지 않습니다만…”
“제가 엔지니어가 아니라서 기술적인 부문은 좀 서툴지만…”
“시간이 많지 않아서 깊은 내용을 설명하기는 힘이 들지만…”

이러한 인사말 등으로 시작한다면 동시에 청중은 ‘그렇다면 나는 여기 왜 앉아 있어야 하지?’ 또는 ‘나한테 필요한 것은 하나도 없겠군!’ 이라는 생각으로 이미 꽉 차 있게 된다. 이런 인사말은 분위기를 저하시키는 주범이다. 그래서 첫 인사말은 가볍게 진행하고 곧바로 프리젠테이션으로 돌입해야 한다. 인사말은 청중의 관심을 유도하는 역할만을 수행하도록 구조화되어 있다.

이 실장이 S그룹 과장 시절의 일이다.

용인에 위치한 S그룹 연수원에서 신임 지역 전문가를 대상으로 ‘해외에서 인터넷 사용하기’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한 바 있다. 지금은 웃음이 나오는 주제지만 그 당시 상황으로는 해외 지역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일은 엄청난 모험이었다.

강의 시작 전 강사 대기실에서 연수 담당자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진행하던 이 실장은 바로 전에 강의를 마친 강사의 강의안을 무심코 뒤져보다 갑자기 머리가 멍해졌다. 자신이 3시간 분량으로 준비한 강의안에 포함된 내용의 대부분이 이미 바로 앞 시간의 강사가 이미 말해 버린 것임을 알게 된 것이다. 이 실장이 준비한 3시간 강의안은 이미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다. 강의 시간까지 남은 시간은 10분, 그리고 연수원 강의실에는 신임 지역 전문가 100명이 모여 있다.

이 실장은 재빨리 10분 동안 1시간 동안 진행할 새로운 소재를 잡아 내어 수첩에 메모하고 남은 2시간의 소재는 쉬는 시간에 생각하기로 했다. 연수원 강의실의 화면에는 이 실장이 강의하기로 예정된 ‘해외에서 인터넷 사용하기’라는 프리젠테이션 표지가 걸려 있고 이 실장은 자신있게 자기 소개를 한 후 3시간 동안 프리젠테이션을 단 한 장도 넘기지 않은 채 (아니 넘기지 못한 채) 강의를 마쳤고 박수를 받았다.

만약 이 실장이 강의 시작의 서두에 “이러 저러 해서 제 강의 내용이 벌써 전 시간에 다 설명이 되어서요, 저는 다른 주제로 강의를 해야 하거든요?”라고 시작했다면 박수 받는 강의를 진행할 수 있었을까? 천만에! 수강생 모두는 ‘그럼 지금 하나도 준비되지 않는 이야기를 두서없이 하겠다는 이야기잖아’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질의응답을 마치고 마무리하는 시간에 강의 프리젠테이션 장표를 한 장도 넘기지 못한 배경을 이 실장이 설명하자 그제서야 수강생 모두 그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강의실엔 다시 한 번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 일은 이 실장에게 가장 적은 페이지로 가장 많은 프리젠테이션 시간을 보낸 기록적인 사건이었다. 훗날 가장 많은 페이지로 가장 짧은 시간을 보낸 사건도 있는데 이 일은 다음에 말하기로 한다.


핵심 정리

  • 프리젠테이션 청중은 이미 반대 마인드로 무장한 상태다. 겸손한 인사말은 청중 이탈의 시작이다.
  • “제가 잘 모르지만” 같은 자신감 없는 멘트는 전문성을 스스로 무너뜨린다. 가볍게 시작하고 곧바로 본론으로 돌입한다.
  • 위기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는 것이 프리젠테이션 성공의 핵심이다. 전문가 포지셔닝이 설득의 시작이다.

👉 다음 글 읽기 : 스크린은 컨닝페이퍼다 – 설명이 아닌 설득으로 바꾸는 발표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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