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을 움직이는 제안서 분량은 몇 장일까?

제안 수주의 성패는 영업력이 아닌 고객 문제 이해도에 달렸다. 300장짜리 제안서보다 고객의 핵심 고민을 해결하는 10장의 드래프트가 강하다. ‘멍부’처럼 일하지 말고, 똑똑하고 게으르게(똑게) 고객이 원하는 답만을 정확히 전달하는 전략을 시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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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들은 이제 이 실장과 코드가 많이 일치한다. 쉽게 말해 손발이 착착 맞아 떨어진다는 말이다. 이 실장의 “아~” 하는 한 마디에 팀원은 “어~” 하면서 진행하듯 커뮤니케이션이 정확하고 효율적이다. 고객 미팅을 마치고 제안서를 작성해야 하는 경우 제안 팀원을 구성하고 이 실장이 반드시 전달하는 마무리 멘트가 있다.

“이번 제안은 10장짜리야”라든가 “가볍게 3장으로 하세요” 또는 “일단 제출만 하세요”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어떨 때는 가용팀원 전원을 모아 놓고 “고생스럽겠지만 딱 300장만 씁시다”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팀원들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다른 부서에 비해 팀의 업무 효율이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안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멍부’와 ‘똑게’ 중에서 언제나 똑게가 되어야 한다. 멍청하고 부지런히 많은 제안서를 만들어 두터운 사전 한 권을 전달하는 것보다는 똑똑하고 게으르게 고객이 원하는 내용만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사실은 똑똑하고 부지런하게 일해야 하는 게 현실이기는 하다.)

고객 스스로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하거나 또는 문제는 알지만 접근 방법에 대해서 전혀 아이디어가 없다면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제안서는 수 백장이 넘을 것이다. 일단 문제 해결의 대안을 모조리 제시하고 그 중에서 고객이 원하는 대안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10장 정도의 제안서를 준비한다. 10장의 제안서는 공식 제안서가 아니라 디스커션 머티어리얼(Discussion Material) 형식에 가깝다. 표지에 큼지막하게 ‘이것은 절대 제안서가 아님’이라고 설명되는 ‘디스커션 머티어리얼(Discussion Material)’ 또는 ‘드래프트(Draft)’라는 도장을 찍고 고객과의 2차 미팅을 시작한다. 고객의 고민에 접근하기 위해서 가능한 대안을 몇 개 요약하고 “이거 맞아?”라거나 “이 중에 답 있어?”라고 묻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 고객이 아니라고 하면 다시 10장짜리 제안서가 한 번 더 준비될 것이고 고객이 “맞는거 같아”라고 하면 그제서야 공격적인 제안을 준비한다. ‘이거 맞는거지? 그럼 다음에 제안서 들고 올 텐데 이렇게 이렇게 써 오면 되는 거지?’라는 질문에 고객이 ‘맞아!’라는 사인을 주면 비로소 제안서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아직도 대다수 기업들의 제안 전략은 ‘All or Nothing’ 전략이다. 고객과의 미팅을 마치고 내부 회의를 거쳐서 ‘제안서를 전력 질주하여 쓰든지 아니면 드랍(Drop)하든지’라는 전략을 택하는데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고객이 될 가능성도 낮은 곳에 전력 질주를 하는 것도 우습지만, 반면 당장은 아니지만 결국 고객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고객을 저버리는 것도 우습다. 10장의 회의자료가 부담스럽다면 단 1장의 질의서도 충분할 수 있다. 1장의 질의서를 만들어 고객에게 무엇이 고민인지 미리 확인한다면 고객의 이해에 기초한 제안서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흔히 ‘영업이 안 되어 있으면 제안서를 작성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하는데 이 말뜻을 왜곡하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이 실장 역시 초보 시절에는 그렇게 생각하였다. 다른 회사가 먼저 영업을 진행하였다면 공정하지 않은 심사가 진행되거나 또는 이미 판이 짜여 있다고 생각하였으나 천만의 말씀이다.

뜻하지 않게 이 실장은 심사위원의 자리에 앉은 경험이 몇 번 있다. 이 실장이 영업을 먼저 진행하였으나 이러저러한 이유로 제안에 참가하지 못하고 오히려 심사위원으로 전락한(?) 경험이 있다. 그런데 이것은 오히려 남다른 경험이 되었다. 경쟁사였을지도 모를 회사의 제안서를 심사위원석에 앉아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였던 것이다. 그런데 어떤 제안사를 선택해야 하는지는 뜻밖에도 아주 분명하였다. 반면 고객사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심지어 제안 요청서에 표현된 단어들이 무엇인지도 이해하지 못한 채 두꺼운 제안서를 제출하고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는 제안사를 볼 때면 고객사보다 더 화가 날 지경이었다. 결국 고객사의 고민을 가장 잘 이해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는 제안사가 해당 프로젝트를 수주하게 됨은 물론이다.

타 회사가 먼저 영업을 진행하였다는 의미는 먼저 접촉하여 우리보다 더욱 많은 이야기를 들었으니 우리보다 이해도가 높을 것이고 고객의 고민과 문제점을 더욱 잘 해석하여 적절한 대안을 세울 수 있으리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또한 그러한 이유로 영업이 되어 있는 고객사는 먼저 영업을 진행한 쪽에서 승산이 높기는 하지만 이는 고객 이해도가 높은 배경이 승산으로 작용하는 것이지 결코 술상무의 덕택이 아님을 이해하여야 한다. 이 실장도 늦게 참가한 제안에서 수주한 경험이 많은 편이다. 이는 영업의 덕분이 아니라 고객의 문제를 명확하게 파악한 데 있다. 제안을 한다는 것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 그 이상의 것은 결코 아니다.


핵심 정리

  • 똑게(똑똑하고 게으름) 원칙: 멍청하고 부지런히 두꺼운 제안서를 만들기보다, 고객이 원하는 핵심만을 정확히 파악하여 최소 분량으로 최대 효율을 추구하는 전략적 사고방식.
  • 드래프트 우선 전략: 공식 제안서(300장) 작성에 앞서, 10장 내외의 ‘토론 자료(Discussion Material)’를 활용하여 고객의 핵심 고민과 대안 방향에 대한 최종 승인(사인)을 먼저 확보하는 접근법.
  • 고객 이해도 최우선: 제안 수주 성패의 결정적 요인은 영업력이나 선점 여부가 아닌, 고객의 문제와 고민을 가장 명확하게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능력에 달려 있음.

👉 다음 글 읽기 : 당신의 제안서, 고객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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